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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박의 힘’

  • 설성엽
  • 승인 2019.12.26
  • 호수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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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설성엽] ‘음악이 시작하기 전 지휘자가 여분으로 주는 1박, 이 예비 동작을 통해 연주자들의 호흡 포인트를 제시.’ 대략 우리가 알고 있는 예비박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면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들의 지휘는 말이 소리로 나가지 않고, 박자에 의해 마치 수화처럼 신체적 움직임으로 표현되어 단원들과의 무한한 소통을 가진 능력을 발휘 한다.

나는 오랜 기간 동안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단언컨대, 합창단원들과의 ‘인간적인 소통’은 ‘음악적 소통’ 만큼이나 중요하다.

한 번의 연주를 위해서 지휘자는 곡의 해석부터 이 곡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노력을 한다. 숨을 쉬어야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듯 단원들과 함께 숨을 쉬며 음악에 생명력을 주어 그것이 살아 있게 한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여는 것’ 이다. 이것은 소리를 낼 때 신체적(발성)인 부분에 해당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위에 있는 건 정신적인 부분이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집중하며 지휘자는 더 잘 듣고 소통이 되는 합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2월에서 2월까지의 학교는 1년 동안의 교육 결실과 마무리, 새 학기에 대한 준비로 굉장히 바쁘게 움직인다. 나는 매년 이 시기에 지난 계획의 점검과 반성, 새로운 계획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학교에서의 학생은 각자 맡은 바에 따라 학급구성원이 되어 모두를 함께하고 나눈다. 교사는 수업과 생활지도를 통해 학급을 운영하며 수동적인 지도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며 한마음으로 걸어가야 한다. 사람과 사람간의 몸과 마음의 교류로써 말이다.

이때, 학생들에게 필요한 예비박은 ‘올바른 방향의 제시’와 ‘기본적 설정’에 따라 학생들이 자발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시간적 여유를 갖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얼마 전 한 TV 방송에 시골장터에서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이 방영이 된 적이 있다. 아버지의 인터뷰 속에 “쇠망치로 메질을 할 때 예쁘게 잘 만들어져라 생각하며 두드려요. 그러면 정말 작품이 잘 나옵니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바로 표가 나거든요”라고 말을 하면서 “가업을 아들이 잘 받아서 운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들 쇠망치 소리는 띵띵 들려요. 땡땡 예쁜 소리가 들려야하는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여기서 교사인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접근을 하며 생활하는지 많은 것을 되돌아보았다. 같은 씨를 뿌려도 한국과 외국에서 자라는 식물의 모양은 기후, 땅의 성질, 농법, 농부의 정성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각각의 개성이 다른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교사의 준비된 ‘예비박의 힘’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교사인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하지요?” 대답은 ‘답게’ 부르세요 라고 한다. 가요는 가요답게, 가곡은 가곡답게, 민요는 민요답게. ‘답게’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건 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학교의 모습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모든 교사들의 사랑과 그 사랑에 사랑으로 정성을 다하며 웃음꽃 피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루어져가는 학교, 채워가는 것과 비워가는 것이 하나이듯, 주는 것과 받는 것이 하나라는 것임을. 

/원광정보예술고

[2019년 12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