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교사 / 원광중학교김현아 교사 / 원광중학교

[원불교신문=김현아 교사] 나는 간호사이면서 교사이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간질거리고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 부끄러웠던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일이 있었다. 

임용된 2010년에 1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자주 처치와 도움을 받으며 나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보건수업 시간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갑자기 일어나 사물함에서 수업과 관계없는 물건을 꺼내오기도 하고,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거나 본인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가 하면 수업이 지루해지면 옆 친구와 떠들기를 반복하는 행동으로 수업의 맥을 끊어 놓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탁도 하고 나중에는 혼내 보기도 했지만 교정되지 않았다. 수업을 방해하고 미안해하는 마음도 없이 보건실에는 수시로 드나드는 그 학생이 미웠다. 그래서 참다가 그 학생의 담임을 찾아가 내가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아이에게 벌을 주고 싶다. 그러니 보건실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주십사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내 입을 떠나는 순간 난 알아버렸다. 담임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도 지금 중학교 1학년과 똑같은 수준으로 취사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줄 벌을 생각하기 전에 내 수업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해야 했고,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려는 고민이 필요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종교인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기운이 있는데 첫째는 항상 훈훈하고 화기로운 기운이 넘쳐흘러야 할 것이요. 둘째는 항상 높고 넓고 깊고 슬기로운 기운이 밝게 비쳐야 할 것이요. 셋째는 항상 바르고 침착하고 정의로운 기운이 바탕해야 한다”는 대산종사의 법문을 떠올리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성숙한 교사의 자질을 갖추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교사는 모범적인 면에서 종교인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생겼고, 최소한 학교에서 아이들과 대면하고 있을 때만큼은 종교인의 자세로 기운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천하니 수업과 보건실 업무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걸 경험하게 됐다.

매일 출근을 하면 학생들이 등교해서 편안한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다가 학교생활 잘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팠던 아이들을 챙길 때 “좀 편안해졌니?”하고 물어보곤 한다. 학생들은 나를 이모처럼 아주 평범하고 편안한 선생님으로 생각한다. 좀 친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보건실 입구에서 “이모” 를 외치고 들어온다. 학생들에게 경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모라고 불렀으니 너에게 처치는 이모만큼만 해줄 꺼다” 라고 하면 아이들은 금방 알아듣고 “죄송해요. 선생님”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직업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 미완성인 인격을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는 나의 일이 정말 좋다. 나는 보건교사다.

/원광중학교

[2020년 12월 25일자]